11시에 부인사 동쪽 등성이를 따라 등산을 시작하여 '이말재'를 거쳐 두 시간 만에 팔공산 주능선에 올라섰다. 동봉과 서봉은 몇 년에 한번씩은 올라왔었지만 이 능선에 오르기는 한 십 년 만인 것 같다. 가뭄 탓인지 단풍은 그다지 곱지 않고 황사 때문에 시야도 많이 흐리지만, 평일이라 호젓해서 좋다.
그 옛날, 아버지를 따라 지게 지고 나무하러 다니고 동네 아이들과 소먹이러 다니던 골짜기들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저기 동쪽으론 톱날바위와 서봉과 비로봉이 눈앞에 보이고, 돌아보면 내가 올라온 등성이도 보인다. 이쯤에서 메고 온 단감과 막걸리로 목을 좀 축여도 되겠다. 서봉과 비로봉을 거쳐 동봉에서 일몰의 광경을 보고 내려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