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

좌탈(坐脫)

공산(空山) 2015. 11. 15. 13:49

   좌탈(坐脫)
   김사인

 

 

   때가 되자
   그는 가만히 곡기를 끊었다.
   물만 조금씩 마시며 속을 비웠다.
   깊은 묵상에 들었다.
   불필요한 살들이 내리자
   눈빛과 피부가 투명해졌다.
   하루 한번 인적 드문 시간을 골라
   천천히 집 주변을 걸었다.
   가끔 한자리에 오래 서 있기도 했다.
   먼 데를 보는 듯했다.
   저녁별 기우는 초겨울 날을 골라
   고요히 몸을 벗었다 신음 한번 없이
   갔다.

   벗어둔 몸이 이미 정갈했으므로
   아무것도 더는 궁금하지 않았다.
   개의 몸으로 그는 세상을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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