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 이용악(1914∼1971) 아들이 나오는 올 겨울엔 걸어서라도 청진으로 가리란다 높은 벽돌담 밑에 섰다가 세 해나 못 본 아들을 찾아오리란다 그 늙은인 암소 따라 조밭 저쪽에 사라지고 어느 길손이 밥 지은 자췬지 그슬린 돌 두어 개 시름겹다 ---------------------- 시집 ‘오랑캐꽃’에는 이용악이 1939년부터 1942년까지 쓴 시들이 수록돼 있다. ‘강가’는 그중 하나다. 1939년이면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해이고, 독일의 동맹국이었던 일본이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 공격해 전쟁이 태평양으로 확대된 때가 1941년 말. 그러니까 전쟁은 나라 밖에서 벌어졌지만 식민지에 대한 수탈이 극도로 치닫기 시작한 시기에 쓰인 시다. 노인은 암소한테 물을 먹이러 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