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악

만추(晩秋)

공산(空山) 2016. 2. 4. 21:18

   만추(晩秋)

   이용악

 

 

   노오란 은행잎 하나

   호리호리 돌아 호수에 떨어져

   소리 없이 湖面을 미끄러진다

   또 하나-

 

   조이삭을 줍던 시름은

   요즈음 낙엽 모으기에 더욱더

   해마알개졌고

 

   하늘

   하늘을 쳐다보는 늙은이 뇌리에는

   얼어죽은 친지 그 그리운 모습이

   또렷하게 피어오른다고

   길다란 담뱃대의 뽕잎 연기를

   하소에 돌린다

 

   돌개바람이 멀지 않아

   어린것들이

   털 고운 토끼 껍질을 벗겨

   귀걸개를 준비할 때

   기름진 밭고랑을 가져 못 본

   부락민 사이엔

   지난해처럼 또 또 그 전해처럼

   소름 끼친 대화가 오도도오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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