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의 별
이용악(1914~1971)
무엇을 실었느냐 화물열차의
검은 문들은 탄탄히 잠겨졌다
바람 속을 달리는 화물열차의 지붕 우에
우리 제각기 들어누워
한결같이 쳐다보는 하나씩의 별
두만강 저쪽에서 온다는 사람들과
쟈무스*에서 온다는 사람들과
험한 땅에서 험한 변 치르고
눈보라 치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남도 사람들과
북어 쪼가리 초담배 밀가루 떡이랑
나눠서 요기하며 내사 서울이 그리워
고향과는 딴 방향으로 흔들려 간다
푸르른 바다와 거리거리를
서름 많은 이민 열차의 흐린 창으로
그저 서러이 내다보던 골짝 골짝을
갈 때와 마찬가지로
헐벗은 채 돌아오는 이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헐벗은 나요
나라에 기쁜 일 많아
울지를 못하는 함경도 사내
총을 안고 뽈가**의 노래를 불르던
슬라브의 늙은 병정은 잠이 들었나
바람 속을 달리는 화물열차의 지붕 우에
우리 제각기 들어누워
한결같이 쳐다보는 하나씩의 별
― 1945년
* 쟈무스 : 자무쓰(佳木斯).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의 도시
** 뽈가 : 볼가강. 러시아 서부를 흐르는 강.
― 곽효환 엮음 「이용악 시선」, 지식을 만드는 시선 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