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악

공산(空山) 2016. 2. 4. 21:20

   병

   이용악

 

 

   말 아닌 말로

   病室의 전설을 주받는

   흰

   하아얀

   하얀

   벽

 

   花甁에 시들은 따알리야가

   날개 부러진 두루미로밖에

   그렇게밖에 안 뵈는 슬픔-

   무너질 성싶은

   가슴에 숨어드는

   차군 입김을 막어다오

 

   실끝처럼 여윈 思念

   회색 문지방에

   알 길 없는 손톱그림을 새겼고

   그 속에 뚜욱 떨어진 황혼은 미치려나

   폭풍이 헤여드는 내 눈앞에서

   미치려는가 너는

 

   시퍼런 핏줄에

   손가락을 얹어보는 마음-

   손 끝에 다앟는 적은 움직임

   오오 살아 있다

   나는 확실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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