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나를 묻어 다오 안나 아흐마또바 바람아 나를 묻어 다오 정든 이 아무도 오지 않고 떠도는 저녁과 대지의 고요한 숨결만 찾아든다. 너처럼 자유로웠던 나 너무도 살고 싶었다. 바람아, 보아라, 아무도 돌볼 이 없는 차디찬 내 육신을. 저녁이 만들어 준 어둠의 옷으로 이 검은 상처를 덮어 다오. 내 위에서 시를 읽어 다오. 푸른 안개를 말해 다오. 마지막 잠이 들 외로운 내 영혼을 위하여, 나의 봄을 위하여, 키다리 사초莎草처럼 울어 다오, 바람아! (1909년) --------------------- *안나 안드레예브나 아흐마또바 :1889-1966 (본명 고렌고) 남러시아의 오데사 근처에서 출생. 러시아의 민족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