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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桶

물桶 김종삼 희미한 풍금소리가 툭 툭 끊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무엇을 하였느냐는 물음에 대해 다름아닌 人間을 찾아다니며 물 몇 桶 길어다 준 일밖에 없다고 머나먼 廣野의 한복판 얕은 하늘 밑으로 영롱한 날빛으로 하여금 따우에선 -------------------------- 「물통」은 가벼운듯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인생론을 함축하고 있는 작품이다. 제2연의 ‘그동안 무엇을 하였느냐는 물음’은 바로 인생의 존재의미를 묻고 생각하게 돕기 때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 서정적 자아의 대답이 제3연의 ‘人間을 찾아다니며 물 몇 桶 길어다 준 일밖에 없다’이다. 여기서 ‘인간을 찾아다니며’는 ‘타인을 위하여’로, ‘물 몇 桶’은 ‘사소한 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니까 이타적인 긍휼의 선행은 조금밖에 하지 못했다는 ..

김종삼 2015.12.09

내용 없는 아름다움과 형식 없는 평화의 시학 - 이민호

내용 없는 아름다움과 형식 없는 평화의 시학 ― 김종삼론 이민호 1. 서 론 문학은 충만을 꿈꾸지 않는다. 문학의 상상력은 결핍 이후에야 비로소 날개짓을 한다. 그것은 현실로부터 분리된 지향이며, 가공의 실존적 투사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시인의 상상력은 흉포와 와전을 거치며 고통에 가득 찬 탄생을 보게 된다. 이러한 언급은 1950년대 전후 시인의 시세계를 충분히 대변하고 있다. 특히 고통스런 한국의 현대사를 힘겹게 살다 간 김종삼 시인의 시세계를 탐구하는 상상력의 근거로 삼을 만 하다. 김종삼 시인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우리가 삶의 진리를 터득해 가는 도정에 이정표로 자리하고 있다. 그의 시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인간성의 회복이다. 그의 시는 분단과 전쟁이라는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가난과 인..

김종삼 2015.12.08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살다간 김종삼 - 장석주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살다간 김종삼 장석주 『십이음계』 한 늙고 추레한 노인이 가난한 산동네의 구멍가게에 들어온다. 무허가 집들이 들어찬 산 8번지의 한 구멍가게다. 그 동네에는 개백정도 살고, 상처한 복덕방 영감도 살고, 막노동꾼도 살고, 술집 나가는 아가씨도 산다. 과자 부스러기, 라면, 소주, 일용 잡화 몇 가지로 겨우 구색을 갖춘 코딱지만 한 구멍가게다. 마침 주인은 자리를 비우고 없다.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얼른 소주 두 병을 집어 든다. 밖으로 나온 노인은 구멍가게에서 훔친 소주 두 병을 옷 안에 꼭 숨긴 채 어디론가 허청허청 발걸음을 옮긴다. 그가 저 유명한 시집 『북치는 소년』의 시인 김종삼(金宗三, 1921~1984)임을 알아볼 이는 거의 없을 터. 나중에 소주 두 병 값을 갚긴 했으나..

김종삼 2015.12.08

김사인, 진보 문학운동의 전위에서 서정의 전위로 - 장석주

김사인,진보 문학운동의 전위에서 서정의 전위로 장석주 김사인(1956~ )은 충청북도 보은 사람이다. 1982년 동인지 《시와 경제》 창간 동인에 참여하며 시인으로 활동한다. 대전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한 시인은 시를 발표한 1982년에 『한국문학의 현단계 1』에 「지금 이곳에서의 시」를 발표하면서 평론도 함께 시작하였다. 진보적 문학운동의 전위였던 시인은 시집 『밤에 쓰는 편지』(1987)를 내놓고 무려 19년 동안이나 침묵의 시기를 보낸다. 그러다가 두 번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2006)을 내며 작고 가련한 생명 가진 것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빼어난 서정시들을 선보여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2005년 제50회 현대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하고, 2006년 제14회 대산문..

김사인 201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