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풀베기(Mowing) - 로버트 프로스트

공산(空山) 2016. 6. 29. 22:14

   풀베기(Mowing)

   로버트 프로스트

 

 

   숲 옆에서는 한가지 소리밖에 아무 소리도 없었는데,

   그것은 내 긴 낫이 땅에 속삭이는 소리였다.

   무얼 속삭였냐고? 나는 잘 모르겠다.

   아마 햇빛이 뜨겁다거나

   고요하다는 얘기였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소리내어 말하지 않고 속삭였겠지

   한가해서 꿈을 꾸고 있었던 것도

   요정한테 홀려 있었던 것도 아니다

   실은 어쩔 수 없는 애착에 못이겨

   잎 끝이 연한 꽃들(파란 난초)도 없지 않은

   풀 무성한 습지를 손질하면서

   빛나는 초록뱀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속삭인 말은 노동이 알고 있는 가장 사랑스럽고 즐거운 꿈.

   나의 긴 낫은 속삭이면서 풀을 베어놓고 있었다.

 

   (정현종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