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푸른 소녀들(Blue Girls) - 존 크로우 랜섬

공산(空山) 2016. 6. 29. 21:44

   푸른 소녀들(Blue Girls)

   존 크로우 랜섬

 

 

   푸른 스커트자락 펄럭이며

   신학교 탑 아래 풀밭을 지나

   늙고 고집 센 선생들의 강의를 들으러 가보렴

   단 그들의 말은 한마디도 믿지는 말고,

 

   풀밭 위를 거닐며

   공중에서 재잘대는 파랑새처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일랑 말고

   하얀 리본으로 머리를 묶으렴.

 

   푸른 소녀들아, 시들기 전에 네 아름다움 발휘해보렴,

   그러면 나의 시끄러운 입술로 소리쳐 공표할 테니

   아름다움은 아무리 해도 굳게 잡아둘 수 없는

   연약한 것이라고.

 

   그건 내가 들려줄 수 있는 경험에서 나온 것이지;

   나는 혀가 사나운 여인을 하나 알고 있는데

   어느덧 그녀의 푸르던 눈은 흐릿해지고

   모든 완벽함도 퇴색해버렸지 ― 하지만 얼마 전만 해도

   너희 중 어느 누구보다 사랑스러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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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크로우 랜섬(John Crowe Ransom, 1888-1974) ― 미국 시인. 수필가이자 대학 교수. 20세기 미국 인문 지성을 대표하는 사람 중의 한 명으로 학계와 문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 「첫 키스는 사과맛이야 2」다산북스,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