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나의 까마귀 - 레이먼드 카버

공산(空山) 2016. 6. 27. 23:28

   나의 까마귀

   레이먼드 카버

       

 

   까마귀 한 마리가 내 창문 밖 나무 가지로 날아들었다

   이 까마귀는 테드 휴즈의 것도 갈 웨이의 것도

   프로스트의 것도 파스테르나크의 것도 로르카의 것도 아니고

   또한 전쟁터에서 피를 파먹는 호머의 까마귀도

   아니다. 이것은 그저 까마귀일 뿐

   아무 곳에도 결코 아귀가 맞지 않는 삶

   아무 것도 말할 만한 것이 없는 새일 뿐이다

   잠시 가지에 머물렀다가

   날렵하게 아름다운 몸짓을 지으며 날아갔다

   내 인생 밖으로

     

 

   ―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1938. 5. 25~1988. 8. 2)  미국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