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그 무렵 - 다까무라 고오다로

공산(空山) 2016. 3. 28. 20:42

   그 무렵

   다까무라 고오다로

 

 

   인간이 인간을 믿는다는 것은 얼마만한 구원인가.

   무척 불량한 나를

   그녀는 늘 믿고 만났다.

   느닷없이 내 품에 안겨와

   나는 그만 불량성을 잃었었다.

   나도 몰랐던 그 무엇이

   내 속에 있었음을 알고

   나는 머뭇거렸다.

   약간 뒤뚱대며 일어서서는

   그녀의 티없이 순결한

   숨 돌릴 틈 없는 사랑에

   어느 날 문득 깨달음이 왔다.

   내 메마른 눈에서 흐르는 눈물

   내가 그녀에게 가면

   그녀는 언제나 포근하게 맞아주고

   맑고 달콤한 향기로 나를 안았다.

   나는 그 감미로움에 젖어 모든 것을 잊었다.

   나의 사나운 동물성조차도

   이 하늘의 족속인 한 여성의 신비스런 힘에는 아무것도 아니어서

   나는 비로소 나의 자리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