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물새와 노는 지에꼬(智惠子) - 다까무라 고오다로

공산(空山) 2016. 3. 28. 21:44

   물새와 노는 지에꼬(智惠子)

   다까무라 고오다로

 

 

   쓸쓸한 구쥬구리(九十九里)모래밭에 앉아서

   아내는 논다.

   수많은 물새들이 아내의 이름을 부른다.

   지이, , 찌이, , 찌이――

   모래에 조그만 발자국을 찍으며

   물새들이 아내에게 다가온다.

   입속말로 늘 뭐라 중얼대는 아내가

   두 손을 높이 들고 되부른다.

   지이, , 찌이――

   두 손에 든 조갑지를 물새들이 조른다.

   아내는 조개를 자륵자륵 던진다.

   떼지어 비상하는 물새를 아내가 부른다.

   지이, , 찌이, , 찌이――

   세상사 다 어디다 두고

   이미 천연의 저편에 선 아내의

   뒷모습이 외롭디외로웁다.

   두어 마장 떨어진 솔밭 속으로

   해는 지고

   송화가루 맞으며

   나는 하염없이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