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공산(空山) 2016. 3. 22. 22:59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 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며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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