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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대가 누구이든지, 저녁때면
모든 것 잘 알고 있는 방에서 나오라;
그대의 집은 먼 곳의 가장자리.
그대가 누구이든지, 그대의 눈으로,
이제 익숙하고 닳아버린 문지방에서
아무래도 풀려나지 못하고 있는 그대,
눈을 들어 서서히 검은 나무를 올리라.
하늘 앞에, 훤칠하게 홀로 서 있게.
그대는 세계를 만들었느니. 크게,
언어처럼--침묵 속에 익어가는 언어처럼.
그 뜻을 거머쥐는 그대의 의지,
그대의 눈으로 하여금 세계를
부드러이 풀게 하라.
--「형상집(Das Buch der Bilder)」서두(序頭)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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