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노래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내 마음을 당신의 마음에 닿지 않게 하려면
내 마음을 어떻게 가누면 좋을까.
당신 너머에 있는 다른 사물들에게 내 마음을 어떻게 닿게 하면 좋을까.
아, 이 마음을 어딘가 어둠 속에 서 있는
그 무엇의 그늘에 감출 수 있다면.
당신 마음의 깊은 바닥에서 떨고 있는 것이 금세 전달되지 않는
어딘가 낯설고 고요한 곳에.
그러나 우리에게 와닿는 모든 것이
우리를, 당신과 나를 이내 하나로 결합시켜 버린다.
두 현(絃)에서 하나의 소리를 끌어내는 바이올린의 활과도 같이.
우리는 어떤 악기에 달려 있는 현일까.
어떤 연주자가 우리를 켜고 있을까.
아, 아름다운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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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마리아 릴케 : 1875년 12월 4일, 당시 오스트리아령이었던 보헤미아의 수도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1926년 10월 초순 장미를 꺾다가 가시에 찔려, 그것이 화농하여 급성 백혈병 증세가 나타났고, 12월 29일 요양소에서 숨을 거둠. 그의 묘비명은 다음과 같다.
장미여, 아 순수한 모순이여, 겹겹이 싸인 눈꺼풀 속에서 아무도 모르는 잠이 되는 기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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