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마리아 릴케

눈 쌓인 숲을 지나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공산(空山) 2016. 3. 22. 22:50

   눈 쌓인 숲을 지나

   라이너 마리아 릴케

 

 

   눈 쌓인 그윽한 숲을 지나

   저녁은 먼 저쪽에서 온다.

   그리고는 귀를 기울이며

   창문마다 차가운 볼을 갖다 댄다.

 

   모든 집이 조용해진다.

   노인들은 안락의자에 묻혀 생각에 잠기고,

   어머니들은 모두 여왕님 같다.

   아이들은 더 놀려고 하지 않고

   소녀들은 이제 실을 잣지 않는다.

   저녁은 집안으로 귀를 기울이고

   안에서는 바깥으로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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