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羚羊)
라이너 마리아 릴케
무슨 요술인가? 말 두 마디 고르면, 두 말이
어떻게 하나의 운(韻)으로 울리는가?
어떻게 마음에 신호를 울리다 사라지는가?
이마에 나뭇잎 솟고, 현금(弦琴)이 나오고.
그대의 모든 것이 비유가 되어
사랑의 노래가 된다. 읽기를 멈춘 눈,
잠깐 감은 눈꺼풀 위로 말들이
장미꽃잎들로 살포시 내리고,
다시 보자. 한편으로 치켜 올린 발,
뛰어오름으로 발길 가득 차 있건만,
잠깐의 정지, 쏘아냄을 멈추어 선 듯,
세운 목, 머리 귀 기울임에 집중한다.
숲 속에 멱 감던 여인 멈추어
고개 돌린 얼굴 숲 속의 호수 비추는 듯.
--열린 연단, 김우창 '사물에서 존재로' 릴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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