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가을 마을 - 황지우

공산(空山) 2015. 11. 17. 11:19

   가을 마을
   황지우


   저녁해 받고 있는 방죽둑 부신 억새밭,
   윗집 흰둥이 두 마리 장난치며 들어간다
   중풍 든 柳氏의 대숲에 저녁 참새 시끄럽고
   마당의 잔광, 세상 마지막인 듯 환하다
   울 밖으로 홍시들이 내려와 있어도

   그걸 따갈 손목뎅이들이 없는 마을,

   가을걷이 끝난 古西 들에서 바라보니

   사람이라면 핏기 없는 얼굴 같구나
   경운기 빈 수레로 털털털, 돌아오는데
   무슨 시름으로 하여 나는 동구 밖을 서성이는지
   방죽 물 우으로 뒷짐진 내 그림자
   나, 아직도 세상에 바라는 게 있나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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