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마을
황지우
저녁해 받고 있는 방죽둑 부신 억새밭,
윗집 흰둥이 두 마리 장난치며 들어간다
중풍 든 柳氏의 대숲에 저녁 참새 시끄럽고
마당의 잔광, 세상 마지막인 듯 환하다
울 밖으로 홍시들이 내려와 있어도
그걸 따갈 손목뎅이들이 없는 마을,
가을걷이 끝난 古西 들에서 바라보니
사람이라면 핏기 없는 얼굴 같구나
경운기 빈 수레로 털털털, 돌아오는데
무슨 시름으로 하여 나는 동구 밖을 서성이는지
방죽 물 우으로 뒷짐진 내 그림자
나, 아직도 세상에 바라는 게 있나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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