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이근화(1976~)
할머니는 이제 없지만
엄마의 몸속에 할머니가 다시 살고 있는 것 같다
엄마가 나를 낳아
내 몸속에 엄마가 다시 산다면
내 몸속에는 할머니도 있고 엄마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 눈빛은 나만 보는 것이 아니고
내 목소리는 나의 목소리만은 아닐 것이고
내 팔다리에도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수없이 많은 엄마들이
함께 웃고 울고 하는 것 아닐까
외로워도 외로운 게 아니다
혼자이지만 혼자일 수가 없다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