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 이근화

공산(空山) 2024. 9. 10. 16:39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이근화(1976~)

 

 

   할머니는 이제 없지만
   엄마의 몸속에 할머니가 다시 살고 있는 것 같다
   엄마가 나를 낳아
   내 몸속에 엄마가 다시 산다면
   내 몸속에는 할머니도 있고 엄마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 눈빛은 나만 보는 것이 아니고
   내 목소리는 나의 목소리만은 아닐 것이고
   내 팔다리에도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수없이 많은 엄마들이
   함께 웃고 울고 하는 것 아닐까

 

   외로워도 외로운 게 아니다
   혼자이지만 혼자일 수가 없다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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