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탑동 - 현택훈

공산(空山) 2024. 9. 22. 22:11

   탑동
   현택훈(1974~ )
 
 
   누군 깨진 불빛을 가방에 넣고
   누군 젖은 노래를 호주머니에 넣어
 
   여기 방파제에 앉아 있으면 안 돼
   십 년도 훌쩍 지나버리거든
   그것을 누군 음악이라 부르고
   그것을 누군 수평선이라 불러
 
   탑동에선 늘 여름밤 같아
   통통거리는 농구공 소리
   자전거 바퀴에 묻어
   방파제 끝까지 달리면
   한 세기가 물빛에 번지는 계절이지
 
   우리가 사는 동안은 여름이잖아
   이 열기가 다 식기 전에 말이야
   밤마다 한 걸음씩 바다와 가까워진다니까
   와, 벌써 노래가 끝났어
   신한은행은 언제 옮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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