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말하고 싶지 않은 말 - 이바라기 노리코

공산(空山) 2022. 9. 22. 18:23

   말하고 싶지 않은 말

   이바라기 노리코(茨木のり子, 1926~2006)

 


   마음속에 강한 압력을 가해
   남몰래 감춰둔 말
   소리 내 말하면
   글로 써내면
   순식간에 빛이 바래리라
   그 말로 인해
   나 여기 있으나
   그 말로 인해
   나 살아갈 힘을 얻으나
   남에게 전하려 하면
   너무도 평범해져
   결코 전하지 못하리라
   그 사람 고유의 기압 내에서만
   생명을 얻는 말도 있는 법이다
   한 자루의 초처럼
   격렬히 타올라라 완전히 타버려라
   제멋대로
   어느 누구의 눈에도 닿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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