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해(寬解)
조용미
촉목상심의 가을이다 눈에 닿는 것마다
슬픔 아닌 것이 없으니
촉,자는 왜 이리 촉촉할까 촉,자는 왜 이리도 착 와서 감길까 촉, 하고 말해보면 목이 젖어 따뜻해진다
그래도 슬픔을 가장한 감정들을 구분해낼 수 있다
슬픔을 가장한 감정들의 서글픔에 대해
생각해 보느라
그 서글픔을 어루만지느라
하루를 다 보냈으나 촉,자는 아픈 글자였구나
관해(觀海), 바다를 본다
바다를 보는 일처럼 알 수 없는 깊이를 바라보는 막막함을
만져본다
모든 인간은
완치라 하지 않고 관해라 하는 섬세함과 야박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니
관해와 완치는 쥐손이풀과 이질풀처럼 구별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조금만 더 존재하자
―《공정한시인의사회》2020. 12.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양 - 전욱진 (0) | 2022.10.07 |
---|---|
가을 편지 - 최하림 (0) | 2022.09.27 |
쓰러진 마음 - 조용미 (0) | 2022.09.22 |
말하고 싶지 않은 말 - 이바라기 노리코 (0) | 2022.09.22 |
서쪽 - 이채민 (0) | 2022.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