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관해(寬解) - 조용미

공산(空山) 2022. 9. 22. 20:18

   관해(寬解)

   조용미

 

 

   촉목상심의 가을이다 눈에 닿는 것마다

   슬픔 아닌 것이 없으니

 

   촉,자는 왜 이리 촉촉할까 촉,자는 왜 이리도 착 와서 감길까 촉, 하고 말해보면 목이 젖어 따뜻해진다

 

   그래도 슬픔을 가장한 감정들을 구분해낼 수 있다

 

   슬픔을 가장한 감정들의 서글픔에 대해

   생각해 보느라

   그 서글픔을 어루만지느라

 

   하루를 다 보냈으나 촉,자는 아픈 글자였구나

 

   관해(觀海), 바다를 본다

   바다를 보는 일처럼 알 수 없는 깊이를 바라보는 막막함을

 

   만져본다

 

   모든 인간은

   완치라 하지 않고 관해라 하는 섬세함과 야박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니

 

   관해와 완치는 쥐손이풀과 이질풀처럼 구별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조금만 더 존재하자

 

 

   ―《공정한시인의사회2020. 12.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양 - 전욱진  (0) 2022.10.07
가을 편지 - 최하림  (0) 2022.09.27
쓰러진 마음 - 조용미  (0) 2022.09.22
말하고 싶지 않은 말 - 이바라기 노리코  (0) 2022.09.22
서쪽 - 이채민  (0) 2022.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