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이채민(1958~ )
서쪽으로 머리를 두고
서쪽을 오래 본다
절반도 쓰지 못한 하루가 사라지는 곳
고요한 감전의 이야기가 고여 있는 곳
한 생의 꽃이 피고 기우는 곳
스무 살의 여우비와
거짓말 같은 사람들도 그곳에서
왔고, 갔다
누워서 똥을 싸는 꿈을 꿨는데
서쪽은 부끄럽지 않았다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는 새들과 바람이
어디쯤에서 쉬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심지 않은 풀에서도
서쪽 냄새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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