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月明 - 박제천

공산(空山) 2022. 9. 13. 20:53

   月明
   박제천(1945~)

 

   한 그루 나무의 수백 가지에 매달린 수만의 나뭇잎들이 모두 나무를 떠나간다.
 

   수만의 나뭇잎들이 떠나가는 그 길을 나도 한 줄기 바람으로 따라 나선다.
 

   때에 절은 살의 무게 허욕에 부풀은 마음의 무게로 뒤처져서 허둥거린다.

 

   앞장서던 나뭇잎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쩌다 웅덩이에 처박힌 나뭇잎 하나 달을 싣고 있다.

 

   에라 어차피 놓친 길 잡초더미도 기웃거리고 슬그머니 웅덩이도 흔들어 놀 밖에

 

   죽음 또한 별것인가 서로 가는 길을 모를 밖에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쪽 - 이채민  (0) 2022.09.16
물의 집 - 박제천  (0) 2022.09.13
운문사 - 김상환  (0) 2022.09.07
아버지의 고기잡이 - 김명인  (0) 2022.09.05
화엄에 오르다 - 김명인  (0) 2022.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