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나팔꽃 - 권대웅

공산(空山) 2021. 10. 7. 21:52

   나팔꽃

   권대웅



   문간방에서 세 들어 살던 젊은 부부
   단칸방이어도 신혼이면
   날마다 동방화촉(洞房華燭)인 것을
   그 환한 꽃방에서
   부지런히
   문 열어주고 배웅하며 드나들더니

   어느 새 문간방 반쯤 열려진 창문으로
   갓 낳은 아이
   야물딱지게 맺힌 까만 눈동자
   똘망똘망 생겼어라
   여름이 끝나갈 무렵
   돈 모아 이사 나가고 싶었던 골목길
   어머니 아버지가 살던
   저 나팔꽃 방 속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착 - 김지녀  (0) 2021.10.12
업어준다는 것 - 박서영  (0) 2021.10.12
하지 - 채상우  (0) 2021.10.07
양파, 프랑스 혁명사 - 임재정  (0) 2021.09.29
불경불식 - 조승래  (0) 2021.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