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불경불식 - 조승래

공산(空山) 2021. 9. 27. 19:25

   불경불식不耕不食

   조승래

 

 

   허리 동여매고 수없이 뽑아냈던

   투명 실타래만이 삶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허공에 쳐 놓은 그물망에 이슬이 맺히어

   겹겹이 목걸이가 된 것을 발견한 새벽

 

   그 영롱한 아름다움으로

   먹는 일 외에도 다른 기쁨이 있음을 통찰한

 

   거미는 비로소

   하루를 쉬기로 한다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지 - 채상우  (0) 2021.10.07
양파, 프랑스 혁명사 - 임재정  (0) 2021.09.29
벤치 위의 귀 - 임재정  (0) 2021.09.25
9월과 뜰 - 오규원  (0) 2021.09.21
지붕을 연주하다 - 전순복  (0) 2021.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