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다소 이상한 사람 - 김이듬

공산(空山) 2021. 6. 6. 14:33

   다소 이상한 사람

   김이듬



   자두가 열렸다
   자두나무니까
   자두와 자두나무 사이에는 가느다란 꼭지가 있다
   가장 연약하게

   처음부터 가는 금을 그어 놓고
   두 개의 세계는 분리를 기다린다
   이것이 최고의 완성이라는 듯이

   난 말이지
   정신적인 사람, 이런 말 안 믿어

   다행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카페 루이제에서 자두나무가 있는 정원까지 오는 동안
   혼자 흐릿하게 떨리는 게 순수한 사람이라고
   나는 우스운 생각을 했다.

   시시각각 자두가 붉어지고 멀어지고
   노을 때문에 가슴이 아픈 거다

   최고의 선은 각자의 세계를 향해 가는 것
   그러나 가끔 이상하게
   멈춘 채 돌아보게 된다

   자두나무는 자두를 열심히 사랑하여 익히고 떨어뜨리고
   나는 사람을 붉히고 보내야 한다
   사람이니까 그리고 망설일 줄 아는 능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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