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자찬 묘갈명(墓碣銘) - 퇴계

공산(空山) 2021. 3. 15. 23:16

   자찬 묘갈명(墓碣銘)

   퇴계

 

 

   나면서는 크게 어리석었고, 장성해서는 병도 많았네 

   중년에는 어찌하다 학문을 즐겼고, 만년에는 어찌하다 벼슬도 받았네

   학문은 구할수록 멀기만 하고, 벼슬은 물리칠수록 얽히기만 하네

   세상에 나아가서는 실수도 많았지만, 물러나 숨으면서 곧아졌다네 

   나라의 은혜에 부끄러움이 깊었고, 성인의 말씀은 두렵기만 하였네

   산은 높이 솟아 있고, 물은 쉴 새 없이 흐르는데 

   가벼운 도포 입고 한가롭게 소요하니, 뭇 사람들의 비방에서 비껴났다네 

   내 품은 생각 누가 알 것이며, 내 마음속 패옥은 누가 즐겨줄 것인가 

   옛 사람을 생각해보니, 실로 내 마음과 들어맞는구나 

   어찌 다음 세상을 알겠는가, 지금에도 얻는 것이 없거늘

   근심 가운데 즐거움이 있었고, 즐거운 가운데 근심도 있었네 

   이제 조화를 타고 돌아가려니, 다시 무엇을 구하겠는가

 

   生而大癡 壯而多疾

   中何嗜學 晩何叨爵

   學求猶邈 爵辭愈嬰

   進行之跲 退藏之貞

   深慙國恩 亶畏聖言

   有山嶷嶷 有水源源

   婆娑初服 脫略衆訕

   我懷伊阻 我佩誰玩

   我思故人 實獲我心

   寧知來世 不獲今兮

   憂中有樂 樂中有憂

   乘化歸盡 復何求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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