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너와집 - 박미산

공산(空山) 2021. 3. 16. 09:06

   너와집

   박미산 (1954~ )

 

 

   갈비뼈가 하나씩 부서져 내리네요
   아침마다 바삭해진 창틀을 만져보아요
   지난 계절보다 쇄골 뼈가 툭 불거졌네요
   어느새 처마 끝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나 봐요
   칠만 삼천 일을 기다리고 나서야
   내 몸속에 살갑게 뿌리내렸지요, 당신은
   문풍지 사이로 흘러나오던
   따뜻한 온기가 사라지고
   푸른 송진 냄새
   가시기 전에 떠났어요, 당신은
   눅눅한 시간이 마루에 쌓여 있어요
   웃자란 바람이, 안개가, 구름이
   허물어진 담장과 내 몸을 골라 밟네요
   하얀 달이 자라는 언덕에서
   무작정 기다리지는 않을 거예요, 나는
   화티에 불씨를 다시 묻어놓고
   단단하게 잠근 쇠빗장부터 열 겁니다
   나와 누워 자던 솔향기 가득한
   한 시절, 당신
   그립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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