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소통
이진엽
겨울 바다 작은 횟집
한 여주인이 회를 뜨고 남은 것을
양동이에 가득 담아 저쪽 모래톱에 갖다 버렸다
그러고는 이내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이상한 신호를 허공 쪽으로 몇 번 보냈다
순간, 하얀 갈매기 떼가 어디선가 날아와
그 생선의 잔해들을 깨끗이 먹어치웠다
여인은 웃으며 종종걸음으로 돌아갔고
갈매기들도 끼룩대며 다시 바다로 날아갔다
소리,
외침은 넘쳐도 가슴이 없는 이 시대
참 따스한 소통의 끈이
겨울 감포 바닷가에서 털실처럼 풀리고 있었다
--대구문학 올해의 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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