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와 침대 사이
조은길
조용히 등을 돌리고
옷을 홀랑 벗기거나
마구 주물럭대거나
속을 확 뒤집거나
오독오독 쥐어뜯거나
잘근잘근 난도질하거나
달달 볶거나
펄펄 끓는 물속에 집어넣거나
꼬챙이를 쑤셔 박거나
아무도 끼어들지 않았다
도마와 침대 사이
--『입으로 쓴 서정시』시작시인선,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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