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신경
김대호
먼지가 앉은 창틀이 있다
손으로 쓸어보지 않으면
그냥 창틀로만 보이는 창틀이다
창틀의 친화력이 먼지들을 불러온 것일까
저 낱낱의 먼지가
먼지라는 육체를 가진 것은 언제부터일까
이목구비가 없는 먼지
내장이 없는 먼지
그러나 어느새 창틀의 신경이 된 먼지
저 창틀의 먼지는 이제 흩날리지 않는다
저 먼지의 연대는 폐가의 역사가 되었다
사랑스러운 무엇이 되었다
사랑이란 이런 절차를 거치기도 하는구나
유리창에 금이 가는 것도 먼지의 압력 때문이구나
나는 그가 올 때까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
먼지가 창틀로 오는 여정을 지켜본다
내 두 눈에서 나온 먼지가 꽃잎처럼 흩날리다가
창틀에 내려앉는다
시각은 금방 물질로 변했다
시간이 하는 것을 흉내 내면서
시각은 창틀에 사랑스럽게 포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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