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대근 엽채 일급 - 김연대

공산(空山) 2021. 1. 2. 10:36

   대근 엽채 일급

   김연대

 

 

   이순 지나 고향으로 돌아온 사촌 아우가

   버려두었던 옛집을 털고 중수하는데

   육십 년 전 백부님이 쓰신 부조기가 나왔다.

   이태 간격으로

   조부님과 조모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일이다

   추강댁 죽 한 동이

   지례 큰집 양동댁 보리 한 말

   자암댁 무 열 개

   포현댁 간장 한 그릇

   손달댁 홍시 여섯 개

   대강 이렇게 이어져가고 있었는데

   거동댁 大根葉菜一級이 나왔다

   대근엽채일급을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나는 그만 핑 눈물이 났다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한

   내 아버지, 할아버지와

   이웃들 모두의 처절한 삶의 흔적

   그건 거동댁에서

   무 시래기 한 타래를 보내왔다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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