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아지랑이 만지장서 - 김연대

공산(空山) 2021. 1. 2. 10:33

   아지랑이 만지장서

   김연대

 

 

   봄이 오는 때에

   내 어머니에게 보내오는 고모님 편지를 보면

   이 산 저 산 먼 산 아지랑이 피우다가

   끝 부분은 언제나 같은 사연

   -- 새댁아 없는 집에 와서 고생 많은 새댁아 하고저운

   말은 만권지로도 부족타만 일로 고만 주린다.

   세월이 가고 그 분들도 다 가고 없는데

   또 봄이 오니

   지하에 가서도 이 분들이 무슨 만지장서 쓰고 있는지

   이 산 저 산 먼 산

   타오르는 아지랑이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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