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그러했으면 - 문성해

공산(空山) 2020. 11. 15. 08:31

   그러했으면

   문성해

 


   날아가는 오리 떼가 슬쩍 행렬을 바꾸어 가듯이
   내가 너를 떠올림도 그러했으면

   오리가 슬쩍 끼어든 놈에게 뭐라고 타박을 하듯이
   내가 너를 탓함도 그러했으면

 

   날아가는 오리 빨간 발이 깃털 속에서 나란하듯이
   우리가 서로를 바라봄도 그러했으면

 

   날아가는 오리 떼가 한순간 휙 방향을 바꿀 때
   마지막 한 놈도 그 꼬리를 놓치지 않듯이
   내가 너를 마냥 떠올림도 그러했으면

 

   높고 멀리 날아가는 오리 떼가 그냥 정처 없음이 아닌 것처럼
   내 그리움의 산정에서 동그마니 네가 기다려줌도 그러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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