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둑길 - 함명춘

공산(空山) 2020. 11. 9. 11:25

   둑길

   함명춘 (1966~ )

 

 

   또 갈 곳 잃어

   떠도는 나뭇잎이랑, 꼭 다문

   어둠의 입속에 있다 한숨처럼

   쏟아져 나오는 바람이랑, 상처에서 상처로

   뿌리를 내리다 갈대밭이 되어버린

   적막이랑, 지나는 구름의

   손결만 닿아도 와락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별이랑, 어느새

   잔뿌리부터 하염없이 젖기 시작하는

   풀잎이랑, 한 줌의 흙 한 그루의 나무 없인

   잠시도 살 수 없는 듯 어느 결에

   맨발로 내려와 둑길을

   걷는 달빛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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