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자신의 감수성쯤 - 이바라기 노리코

공산(空山) 2019. 2. 25. 22:03

   자신의 감수성쯤

   이바라기 노리코

 

   바싹바싹 말라가는 마음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

   스스로 물 주기를 게을리 해놓고

 

   서먹스러워진 것을

   친구 탓으로 돌리지 마라

   유연함을 상실한 것이 어느 쪽이더냐

 

   조바심 나는 것을

   친척 탓으로 돌리지 마라

   모든 것이 서투른 건 바로 나

 

   초심이 사라지려는 것을

   생활 탓으로 돌리지 마라

   애초부터 나약한 마음가짐에 불과했다

 

   안되는 것 모두를

   시대 탓으로 돌리지 마라

   조용히 빛나는 존엄의 포기

 

   자신의 감수성쯤

   자신이 지켜라

   어리석은 자여

 

 

   (임용택 옮김)

   —일본 현대대표시선『달에게 짖다』창비,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