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처음 가는 마을 - 이바라기 노리코

공산(空山) 2019. 2. 24. 10:53

   처음 가는 마을
   이바라기 노리코

 

 

   처음 가는 마을에 들어갈 때
   내 마음은 살짝이 두근거린다
   소바집이 있고
   초밥집이 있고
   청바지가 걸려 있고
   모래 먼지가 있고
   자전거가 방치되어 있는
   특별할 것 없는 마을
   그래도 나는 충분히 두근거린다

   눈에 선 산이 우뚝 서 있고
   눈에 선 강이 흐르고 있고
   몇 개의 전설이 잠들어 있다
   나는 금세 발견한다
   그 마을의 점*
   그 마을의 비밀을
   그 마을의 비명을

   처음 가는 마을에 들어갈 때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방랑객처럼 걷는다
   설사 볼일이 있어서 왔을지라도

   맑은 날에는
   마을 하늘에
   아름다운 파스텔 색 풍선이 떠다닌다
   그 마을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처음 온 나에게는 확실히 보인다
   왜냐면 그것은
   그 마을에서 태어나 그 마을에서 자란 그러나
   먼 곳에서 죽어야만 했던 사람들의
   영혼
   총총히 흘러간 것은
   멀리 시집간 한 여인이
   고향이 너무도 그리워
   놀러온 것
   영혼만이 엄벙덤벙

   그리고 나는 좋아하게 된다
   일본의 작은 마을들을
   물이 맑은 마을 작은 마을
   참마국이 맛있는 마을 고집 센 마을
   눈이 많이 내리는 마을 유채꽃에 둘러싸인 마을
   눈을 치켜뜬 마을 바다가 보이는 마을
   남자들이 으스대는 마을 여자들이 의욕적인 마을

 

 
   ―『내가 가장 예뻤을 때』윤수현 옮김, 스타북스, 2017.
 
   -----------------

   *점: 원문의 ほくろ는 피부의 검정 사마귀(黒子)를 뜻하는데, 이것을 '상처'라고 번역한 텍스트도 있다. --공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