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내 카메라 - 이바라기 노리코

공산(空山) 2019. 2. 25. 22:01

   내 카메라

   이바라기 노리코      

 

 

   눈

   그건 렌즈

 

   깜빡임

   그건 내 셔터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작고 작은 암실도 있어서

 

   그래서 난

   카메라 따위 가지고 다니지 않지

 

   알아요? 내 안에

   당신을 찍은 필름이 많이 있는 거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아래서 웃는 당신

   파도를 가르는 눈부신 구릿빛 몸

 

   담배에 불을 붙인다 아이처럼 잠든다

   난꽃 같은 향이 난다 숲에서는 사자가 되었던가

 

   세상에 단 하나 아무도 모르는

   나의 필름 라이브러리

 

 

   ―『내가 가장 예뻤을 때』윤수현 옮김, 스타북스,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