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식

마방(馬幇)

공산(空山) 2018. 12. 10. 20:30

   마방(馬幇)

   우대식

 

 

   차마고도로 가겠다

   호수 곁으로 난 길, 맑고도 먼 하늘에 걸린

   쓸쓸하고 날이 선 낮달 하나

   한번은

   차마고도를 걷는 마방으로 살겠다

   수염에 고드름을 단 채

   허공의 길을 걷겠다

   야크 목에 달린 종소리처럼

   하나의 파문이 되어

   눈 속을 헤치겠다

   거대하고 깜깜한 산을 마주하고

   지상에 불을 지펴

   두 개 빛나는 눈동자로 경(經)을 읊겠다

   나와 나 아닌 것들을 만나

   화톳불에 붉은 손을 내밀고

   잠을 청하겠다

   끝도 없는 잠 속에서

   뚝,

   한 방울 눈물을 남긴 채

   지상으로부터

   사라지겠다

 

 

  『설산국경중앙북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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