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방(馬幇)
우대식
차마고도로 가겠다
호수 곁으로 난 길, 맑고도 먼 하늘에 걸린
쓸쓸하고 날이 선 낮달 하나
한번은
차마고도를 걷는 마방으로 살겠다
수염에 고드름을 단 채
허공의 길을 걷겠다
야크 목에 달린 종소리처럼
하나의 파문이 되어
눈 속을 헤치겠다
거대하고 깜깜한 산을 마주하고
지상에 불을 지펴
두 개 빛나는 눈동자로 경(經)을 읊겠다
나와 나 아닌 것들을 만나
화톳불에 붉은 손을 내밀고
잠을 청하겠다
끝도 없는 잠 속에서
뚝,
한 방울 눈물을 남긴 채
지상으로부터
사라지겠다
―『설산국경』중앙북스,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