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우대식
시는 나를 일찍 떠난 어머니였으며
왜소했던 아버지의 그림자였으며
쓸쓸한 내 성기를 쓰다듬어주던 늙은 창녀였으며
머리에 흐르던 고름을 짜주던 시골 보건소 선생이었다
시는
마당가에 날리는 재[灰]였으며
길을 잃고 강물 따라 흐르는 밀짚모자였다
폭풍전야, 풀을 뜯는 개였으며
탱자나무 가시 아래 모인 새이기도 하였다
늘 피가 모자라 어지러워하던
한 소년이 주먹을 힘껏 모았다 펴면
가늘게 떨리는 정맥
그곳에 시가 파랗게 질려 있었다
―『설산국경』중앙북스,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