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식

아버지의 쌀

공산(空山) 2018. 12. 10. 20:43

   아버지의 쌀
   우대식
 
 
   아버지가 쌀을 씻는다
   쌀 속에 검은 쌀벌레 바구미가 떴다
   어미 잃은 것들은 저렇듯 죽음에 가깝다
   맑은 물에 몇 번이고 씻다 보면
   쌀뜨물도 맑아진다
   석유곤로 위에서 냄비가 부르르 부르르 떨고 나면
   흰 쌀밥이 된다
   아버지는 밥을 푼다
   꾹꾹 눌러 도시락을 싼다
   빛나는 밥 알갱이를 보며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죽어도 잊지는 않으리
   털이 숭숭 난 손으로 씻던
   그,
   하, 얀,
   쌀
 
 
   ―『설산국경중앙북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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