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식

신폭(神瀑)에 들다

공산(空山) 2018. 12. 10. 20:58

   신폭(神瀑)에 들다

   우대식

 

 

   윈난성 신폭 아래

   객잔에 들었다

   숯불을 피우고 당신이 오기를 기다렸다

   쿵쿵 발자국 소리가 들렸지만 먼 당신은

   가끔 눈사태만 엽서처럼 보냈을 뿐

   흔적이 없다

   떡을 떼어 객잔의 창으로 흐르는 눈발에 섞어 먹었다

   반야의 밤에 달이 떠오르면

   야크의 젖통은 부풀어

   신의 나라에서 온 것 같은 울음소리를 냈다

   아무것도 나를 지우거나 세울 수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붉은 숯불이 잦아든다

   국경 아래 뜬 달이 조금씩 기울면서

   그 아래를 걷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 듯도 했다

   환상 속의 당신

   그대 어깨가 붉어진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무명도 무명의 다함도 없다는 설산 국경에서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당신을

   기다리던 한 생(生)이 있다

 

 

   ―『설산국경중앙북스, 2013.

'우대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묘족 마을에서  (0) 2022.01.26
정선 아라리, 당신  (0) 2021.11.18
아버지의 쌀  (0) 2018.12.10
마방(馬幇)  (0) 2018.12.10
시(詩)  (0) 2018.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