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빈낙도를 폐하며
우대식
사람에 의지하지 마라
이제 오십이 넘었으니
안빈의 도와 같은 것도 필요없다
안(安)도 그렇지만 빈(貧)도 모두 하찮다
당연히 그러할 것이니
자연으로 돌아갈 필요는 더욱 없다
고물상과 폐차장이 널려 있으면 어떠한가
걸어서 물에 도달하면 좋겠지만
아스팔트를 뚫고 핀 들꽃 한 송이면
또 어떠한가
내 몸은
나도 잘 모르는 문명의 회로이다
한 손에는 파리채
한 손에는 담배를 꼬나물고
날것들이나 물리치면서 시를 생각하는 일
하루에 두 줄 정도 쓰는 일
사람에 의지하지 마라
눈꼽 낀 눈으로
먼 태풍을 응시하다가
생각이 부산해질 때
발바닥에 무늬를 새겨 넣을 뿐
그 족적(足跡)의 힘으로 천리도 가고 만리도 갈 뿐
-- 『베두인의 물방울』 여우난골,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