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보리
전동균
아버지 화장 모시던 날, 시월인데 북천 고추바람 유독 매웠더랬습니다 아따, 꼭 그 양반 성깔 같네, 당숙이며 사촌형님들 덜덜 떨다가 육개장에 소주잔 적시러 식당으로 몰려간 뒤에 아버지 몸은 굴뚝을 나와서도 한참을 펄럭대다 살얼음 하늘로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는데요 둘째도 납작보리*라고, 나자마자 외면당한 소현이, 여섯살배기 그 어린 것이 제 엄마 옷자락을 꼭 붙잡고는 서럽게 서럽게 우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고 기특해라, 장손 씨는 다르데이, 니 그래 할배가 좋더나? 관을 안고 몇 번이나 쓰러졌던 큰고모가 흐뭇한 목도리를 감아주며 묻자, 더 크게 엉엉대다 잔뜩 코 막힌 소리로 아니요, 피카츄 인형을 잃어버렸어요
* ‘딸’을 뜻하는 경상도 지방의 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