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전동균
세한도를 볼 적마다 나는 총알 퀵써비스 기사가 되어서 젠장맞을, 여긴 왜 아직 이 모양이람! 얼어붙은 마당을 뚫고 들어가 소리치는 거야 누구 안 계세요 아무도 안 계세요
외창마저 닫고서는 진종일
눈물과 웃음이 함께 솟는 묵선이나 긋고 있던 늙은 완당이
밑천 털린 노름꾼처럼 부스스
오줌 누러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는 거야 뜨끈뜨끈 할망곰탕 한 그릇 들고 서 있어야 하는 거야 그릇 밑엔 울트라파워 비아그라 몇 알 숨겨놓고
ㅡ「우리처럼 낯선」창비, 201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