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균

눈은 없고 눈썹만 까만

공산(功山) 2018. 3. 17. 13:38

   눈은 없고 눈썹만 까만

   전동균

 

 

   쩌억 입 벌린 악어들이 튀어나오고 있어 물병의 물들이 피로 변하고

   접시들은 춤추고 까악 깍 울고 표범들이 담을 뚫고 달려오고 있어

 

   뭐 이런 일이 한두 번이냐,

   봄밤은 건들건들

   슬리퍼를 끌고 지나가는데

 

   덜그럭 덜그럭

   텅 빈 운동장 트랙을 돌고 있는 유골들

   통곡도 뉘우침도 없이

   작년 그 자리에 피어나는

   백치 같은 꽃들

 

   누가

   약에 취해 잠든 내 얼굴에 먹자(墨字)를 새기고 있어

   도둑놈, 개새끼, 사기꾼

   인둣불을 지지고 있어

 

   눈은 없고 눈썹만 까만 것이

   생글생글 웃는 것이

 

 

   --「창작과비평」201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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