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균

눈사람

공산(空山) 2017. 9. 23. 17:43

   눈사람

   전동균

 

 

   세한도를 볼 적마다 나는 총알 퀵써비스 기사가 되어서 젠장맞을, 여긴 왜 아직 이 모양이람! 얼어붙은 마당을 뚫고 들어가 소리치는 거야 누구 안 계세요 아무도 안 계세요

 

   외창마저 닫고서는 진종일

   눈물과 웃음이 함께 솟는 묵선이나 긋고 있던 늙은 완당이

   밑천 털린 노름꾼처럼 부스스

   오줌 누러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는 거야 뜨끈뜨끈 할망곰탕 한 그릇 들고 서 있어야 하는 거야 그릇 밑엔 울트라파워 비아그라 몇 알 숨겨놓고

 

 

   「우리처럼 낯선」창비, 201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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