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냉이꽃

공산(空山) 2017. 9. 7. 14:40

   냉이꽃

   송찬호

 

 

   박카스 빈 병은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신다가 버려진 슬리퍼 한 짝도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금연으로 버림받은 담배 파이프도 그 낭만적 사랑을 냉이꽃 앞에 고백하였다

   회색 늑대는 냉이꽃이 좋아 개종을 하였다 그래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긴 울음을 남기고 삼나무 숲으로 되돌아갔다

 

   나는 냉이꽃이 내게 사 오라고 한 빗과 손거울을 아직 품에 간직하고 있다

   자연에서 떠나온 날짜를 세어본다

   나는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분홍 나막신문학과지성사, 201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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